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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되면 한미일 협력체제 운명은...?

[2024 키플랫폼 - 세계 운명 좌우할 미국 대선] 구민선 다트머스대학 연구원 인터뷰

최성근 김상희 | 2024.03.15 05:30

편집자주 |  현재 전세계 각국의 외교 부처, 정보 기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망하는데 애쓰고 있다. 누가 당선될지를 예측하는 것보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시나리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당선시 변화 전망 등 미국 대선 이슈를 톺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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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에 주목하며, 당선자에 따라 어떻게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한국이 미국 대선과 관련해 오히려 중국과의 지역적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4월 24~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이 인터뷰 한 구민선 다트머스대학 연구원도 이러한 전략을 제시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든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다른 지역, 다른 국가들과의 폭넓은 신뢰 관계 구축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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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선 다트머스대학 연구원/사진제공=구민선 연구원


트럼프 당선 시, 북-미 한국 우회해 직접 상대 가능성 커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고수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할 것이다. 이는 경쟁국 중국에 맞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시진핑과의 일대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엉뚱한 외교를 펼칠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만남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중국은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으로 사회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반중 정서가 되살아날 수 있다. 과거 트럼프 재임 시절을 고려하면 만약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향방은 어떻게 예상하나?

▶아마도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줄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승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큰 도전을 제기해 동맹을 잠재적으로 깨뜨릴 수 있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지원 철회는 러시아가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것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다.

중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당선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중동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이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재선 후 친밀한 관계를 재개하고 싶어 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한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으로 북한이 트럼프를 유혹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최근 북한이 남한을 통일에 부적합한 별개의 국가로 간주한다며 수사를 전환한 것은 북미 간 외교나 포용의 기준점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북한과 김 위원장이 남한을 중재자로 활용하기보다는 트럼프에게 직접 손을 내밀어 한국 정부를 완전히 우회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을 우회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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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뉴시스] 조수정 기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 미 대통령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3.11.17.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국제·美 정치 불확실성 속 한 바구니에 담는 계란은 좋은 선택 아니야"



-미 대선 이후 한·미·일 3국 협력 체제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한미일 3국 협력은 일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국 협력이 장기적으로 유지될지는 바이든 대통령 재선 여부에 달려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3국 협력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단독 정상회담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즉 외형적으로 3국 협력 구도는 유지되겠지만 독립된 정상회담이 빠진다면 3국 체제가 동아시아 지역 거버넌스를 선도하는 '소다자주의' 협의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편에서는 한일 관계의 취약성을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약화시킬 주요 변수로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일본과의 양자 문제를 3국 협력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양국 관계를 위협하는 또 다른 역사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일은 단독 정상회담에서 만나기 보다 미국과의 다자 또는 3국 정상회담에서 만날 수도 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 정부는 누가 재선이 되든 특히 중국과의 지역적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제2의 바이든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게 절실하다고 여길 가능성이 있고, 이는 한국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의 3각 틀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지만, 현재로서는 3각 틀이 향후 지역 변화와 미·중 관계 변화 속에서도 견실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온 만큼 이는 경제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 모든 것은 한국 정부가 차기 바이든 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특정 정책에 베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제 정치와 미국 국내 정치의 커다란 불확실성 속에서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한국은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동북아 지역과 한도에 대한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견디거나 완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EU, 아프리카, 남미와 같이 다른 지역에 신뢰할 수 있는 대안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