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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병력 철수 밝혔지만…난민·네타냐후 입지 등 장기전 요인 산적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62_"이스라엘, 가자지구 북부 병력 철수"

최성근 김상희 | 2024.0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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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병사들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24.01.0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3개월을 넘어섰다. 최근 가자지구 북부지역에서 지상전을 마무리 한 이스라엘이 일부 병력을 철수하겠다 발표했지만,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등 주변 무장세력과의 군사적 충돌이 증가하는 등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예정된 미국 대선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전황과 확전 가능성, 미국 대선 결과가 미칠 영향 등을 살펴봤다.



대규모 공습 불가능한 남부는 장기전 예상…네타냐후 입지도 영향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투입했던 5개 여단(약 2만여 명) 병력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예비군 2개 여단은 해산하고 나머지 3개 여단은 가자지구에서 빠져나와 평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철수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대부분 점령하며 하마스 세력을 무력화시켰고, 3개월 넘게 지속된 전쟁으로 국내 경제활동도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가자지구 남부에는 170여만 명의 난민이 모여있어 북부처럼 대규모 공습이 불가능해 하마스 제거 작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북부에서 단계적으로 지상 병력을 철수하면서 남부에 있는 하마스 잔존세력을 소탕하는 작전으로 전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정치적 입지가 약화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스라엘 대법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한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는 핵심 법안에 대한 무효화 판결을 내렸다. 이 법안은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없도록 한 법이다. 특히 네타냐후와 우파 관료들이 '셀프 면죄부'를 얻기 위해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 이상 이어졌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네타냐후의 입지는 더욱 약화했고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적 생명까지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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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이 가자 지구 국경 인근의 탱크 앞에 모여 있다. 2024.1.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주변 위협세력인 헤즈볼라 등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전시내각을 유지해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려 한다는 해석이다.



커지는 주변 무장세력과의 확전 가능성


레바논을 주요 거점으로 하는 헤즈볼라는 전쟁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역에서 산발적인 공격을 감행했고 이스라엘군이 맞대응하며 교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헤즈볼라는 현재까지 약 133명의 군인과 민간인 20여 명이 사망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까지 정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이스라엘은 최근 하마스의 테러가 헤즈볼라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헤즈볼라를 그대로 둔 채 평화를 이루긴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만약 헤즈볼라를 치기 위해 이스라엘이 레바논까지 침공한다면 정말 위험한 시나리오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 위협도 커졌다. 이란의 무기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 반군은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나포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스라엘을 오가는 선박들의 항해를 막겠다고 위협한다.

후티 반군의 위협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이 홍해를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우회해 물류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즉각 후티 반군의 공격을 규탄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다국적 함대가 홍해 지역을 항행하는 선박 보호에 나섰지만 후티 반군의 도발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동규 시사문예지 파도 편집장은 "후티 반군의 행동에는 이란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최근 이란이 구축함까지 홍해에 파견해 긴장의 수위를 올리고 있는데 결국 미국과의 핵 협상이나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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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3일 (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4주기 추모식 TV연설을 갖고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제한 싸울 의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1.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 대선도 변수…트럼프 재선 시 문제 해결 난항 예상


올해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도 전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성 교수는 "주변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라크 지역 민병대가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모두 이란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에서 요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문제, 동예루살렘 수도 문제, 레바논 난민 문제까지 어느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오슬로 협정을 이끌어 낸 클린턴 대통령처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전념할 의지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서로가 치고받는 현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이라고 전망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과거 중동 평화안을 제시했고 그에 대한 확신도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이스라엘 평화안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다만 다분히 이스라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평화안을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이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오슬로 협정의 결과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만 전후 처리부터 복잡하게 얽힌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