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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새로운 게임 접어들어"…대만 총통 선거·美 대선은 변수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57_"미중 정상회담"

최성근 김상희 | 2023.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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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뉴스1) 안은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 군사 부문 소통 채널 복원,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통제 협력, 기후변화 대응 등에 합의했다. 두 강대국의 글로벌 패권 다툼이 충돌을 피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대만 문제 등 첨예한 사안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언제든 갈등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거둔 성과와 의미를 평가하고 향후 미중 관계를 살펴봤다.



미국 대선, 중국 경제 문제…충돌 피하고 리스크 관리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점은 양국이 서로를 향해 싸울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양국의 경쟁이 충돌로 향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두 강대국이 서로 등을 돌려서는 안된다"며 "지구는 두 나라 모두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전쟁에 이어 미중 갈등까지 악화할 경우 군사안보적 부담이 커지고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부동산 거품, 코로나 대유행 이후 지속되는 소비 불황 등으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수출 통제 등 미국의 압박과 규제가 더 이상 심화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미국은 지난 G7 정상회담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전략적 위협으로 공식화하면서 중국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고, 중국도 대만 문제와 수출 통제 등에 있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원했지만 실패하자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이제 미중 관계는 충돌을 피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새로운 게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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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사이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미중 확대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1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 요구 사항 다수 반영…중국, G2 위상 과시 성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펜타닐 생산 관련 품목 수출 중단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으로 중단됐던 양국 군사 대화 재개 △인공지능(AI) 위험 및 안전 문제 공동 논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4가지 부문에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이에 대해 미국의 요구 사항은 많이 반영된 반면 중국이 얻은 것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와 수출 통제에 대한 양보를 기대했지만 가시적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다만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하는 모습을 통해 G2로서 위상을 과시하는 등 상징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한편에서는 구체적 합의문이나 공동성명 없이 정상회담이 종료돼 기대에 비해 성과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중동 문제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의견을 모으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양국 사이의 힘의 균형을 고려할 때 회담 결과는 아무래도 미국이 요구했던 내용들이 많이 반영되고 성과로 나타났다"며 "군사 부문의 소통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것은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보이고, 펜타닐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지고 중국과의 공조에 대한 합의가 나온 것도 미국 측이 원하는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주요 기업 CEO들과의 만찬에서 시 주석이 직접 대중국 투자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독려함으로써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고 투자 부진을 해소할 기회를 마련한 점도 수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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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사이드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 인근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APEC 정상회의 중 1년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갖고 "중국과 미국의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11.1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대만 총통선거, 미국 대선은 양국 관계 변수


미국과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당분간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민간 부문의 교류와 협력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중 간 핵심 이익과 패권을 둘러싼 전략 경쟁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양국 관계가 특정 변수에 의해 언제든 갈등과 위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1월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과 예측이 어려워졌다.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만 독립과 반중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중 관계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수 있다. 반대로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나 야당이 승리할 경우 미중 관계는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그동안 대만 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해 왔다"며 "만약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이 승리할 경우 이런 카드가 사라지면서 대만이 아닌 남중국해가 새로운 갈등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큰 변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중 관계는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중 관계는 큰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집권 초반부터 중국에 대한 강한 제재와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민 교수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바이든 정부가 취한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규제를 이어가면서 과거 취임 시절 추진한 고관세를 통한 대중 압박까지 동시에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