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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임박…셈법 복잡해지는 美·이스라엘·이란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53_"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주요국 딜레마"

최성근 김상희 | 2023.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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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유니스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칸 유니스 지역에 폭격이 이어지자 분진이 일어나고 있다. 2023,10,2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점점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 강화에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유엔과 국제사회 여론도 양분됐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인질 문제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한 우려를 외면하기 힘들다. 이란이 후원하는 헤즈볼라 등의 무장세력들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진입 시 참전하겠다며 확전 우려까지 키운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이스라엘과 미국, 이란 등 관련 국가들이 처한 딜레마를 살펴보고 향후 전쟁 양상을 전망해 봤다.



1. 이스라엘의 딜레마…민간인 피해·인질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섬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지상군 진입은 지연되고 있다. 이는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이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가자지구의 촘촘히 배치된 건물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큰 위험을 수반한다. 시가전에 대비해 설치된 부비트랩과 저격수, 500km에 달하는 비밀 터널에 매복한 하마스의 반격 등으로 이스라엘 군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민간인들 사이에 섞여있는 하마스 대원을 색출해 섬멸하는 것은 불가능한 작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질 문제는 해결이 더 어렵다. 하마스가 납치한 200명이 넘는 인질들은 지상작전이 시작되면 생명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소수가 풀려나긴 했지만 아직 다수의 인질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질들이 인간방패가 될 경우 지상작전을 제대로 전개하기 어렵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우방국들의 인질도 포함돼 있어 보복 조치로 이들이 처형된다면 국제여론이 크게 악화하고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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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레바논 국경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이스라엘 군인이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근처에 위치한 갈릴리 지역에서 경계하며 서있다. 2023.10.2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상전 이후 출구전략도 쉽지 않다.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에 성공한다고 해도 인구 240만 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관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마스 궤멸 이후 더 극단적인 무장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이 유엔 지원하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임시 통치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상전 이후 이스라엘의 안보가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상전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할 경우 아랍·이슬람권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해질 수 있어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지상전을 통한 보복이 불가피하지만 그로 인해 아랍권 국가들을 적으로 돌리면서 고립을 자초하고, 오히려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딜레마에 처했다"고 말했다.



2. 미국의 딜레마…중동정책 실패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하는 미국의 고민도 깊다. 바이든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항모 전단을 파견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지속될 경우 계속해서 이스라엘 편을 들기 어렵다.

납치된 인질이 처형되거나 지상전에 희생될 경우 바이든 정부에 대한 책임도 제기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헤즈볼라와 시리아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 개입하면 미국의 접근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가 악재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이란 핵합의 등 바이든 정부의 중동 외교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마지막 승부수였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이러한 중동 외교 복원 시도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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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향후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후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누적될수록 이슬람과 아랍권 국가들의 반이스라엘, 반미 정서가 악화하고 바이든 정부에 대한 지지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 교수는 "바이든의 임기 초는 카불 철군의 지옥도로 시작했다"며 "임기 말은 가자의 지옥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외교정책은 국내 선거에 큰 변수가 되지 않지만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 실패는 너무나 컸고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3. 이란의 딜레마…공식적 개입 여부



이란 정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하마스 대원의 훈련 등 배후에서 지휘 또는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확전 상황이 되면 이란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의 피해가 커짐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면 시아파 수장 격인 이란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섣불리 전쟁에 개입한다면 이스라엘, 더 나아가 미국과의 전면전을 감수해야 한다. 오래 경제난과 히잡 시위 등으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고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미국과의 전쟁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란이 전면적인 개입보다는 무장세력들을 은밀하게 지원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견제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인 교수는 "지금 어떤 국가도 이스라엘과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한두 달간 강도 높은 지상전 이후 인질 협상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하마스 강경파,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세력들이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