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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G20 정상회의…진영 간 갈등 노출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47_"뉴델리 G20 정상회의"

최성근 김상희 | 2023.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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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인도 뉴델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환영하는 조명. 2023.08.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18차 G20 정상회의는 경제와 금융, 기후 변화와 에너지, 인권과 보건 등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지만, 일부 정상들이 불참을 선언하는 등 시작 전부터 국가와 진영 간 갈등이 표출됐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G20 정상회의를 둘러싼 갈등을 살펴보고 정상회의의 결과와 성과를 전망해 봤다.



시진핑·푸틴 불참…빈 살만 참여는 변수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이번 G20 정상회의에 중국은 시진핑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 주석은 2013년 주석에 오른 이후 매년 G20 정상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시 주석의 불참에 대해 전문가들은 G20 정상회의를 경제 성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무대로 삼으려는 인도에게 외교적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인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주목받는다.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 국가가 됐으며, 사상 최초로 달 남극 탐사에도 성공하는 등 국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내부의 혼란스러운 상황도 시 주석 불참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으며, 미국이 견제까지 강화하면서 무역과 투자 모두 부진에 빠졌다. 중국 경제를 떠받쳐온 부동산은 부도 위기에 처했고 지방정부는 부채에 허덕이며 청년 실업률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서방 지도자들 사이에서 체면 구기는 상황이 연출될 것을 우려해 G20 정상회의에 불참키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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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현지시간) 인도 자이푸르에서 열린 G20 무역투자 장관회의 세션3에서 ‘무역을 위한 물류’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3.8.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의제로 선정하는 것을 두고도 서방 세계와 친러 진영 간 신경전이 벌어진다. 미국을 비롯한 G7 국가들은 러시아의 책임을 명시한 공동성명 작성을 요구하지만, 러시아는 이는 합의를 기초로 운영해 온 G20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식량, 에너지, 무역, 금융 등의 의제를 놓고 20여 차례 장관급 회의가 열렸음에도 공동성명을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발부 이후 해외 순방을 가지 않았던 푸틴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러시아의 반발이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동성명 발표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주최국 인도가 서방 세계보다 러시아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러시아의 무기체계에 의존해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저렴한 러시아산 석유와 석탄을 수입해 수혜를 받고 있다.

한편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왕세자의 G20 정상회의에 참석도 합의 도출을 어렵게 만들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사우디는 전통적 친미국가였지만,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등을 이유로 사우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양국 관계가 냉랭해졌다. 더욱이 사우디는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정식 브릭스 회원국이 된 만큼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서방에 대응하며 브릭스와 신흥개도국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다.



재집권에 G20 정상회의 활용하려는 모디…성과는 "글쎄"


소수 종교·언론·야당 정치인 탄압에 대한 반감, 9년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도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모리 인도 총리와 인도국민당은 G20 정상회의를 통해 높아진 국가 위상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고자 한다. 지난 1년간 적극적으로 G20 정상회의 마케팅을 펼치면서 56개 도시에서 G20 정상회의 관련 회의를 200여 차례 개최했고, 인도 전역에 모디 총리 초상화와 G20 정상회의 포스터를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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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인도 총리가 G20 정상회의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G20 정상회의 홈페이지
하지만 모디 정부의 바램과 달리 G20 정상회의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공동성명에 담는 것은 서방과 이에 반대하는 친러 진영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또 인도는 서방 세계의 과도한 비중을 줄이고 신흥국을 대변하기 위해 아프리카연합(AU)의 G20 신규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방 세계 주도 분위기 속에서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불참 선언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쉬 립스키 시니어 디렉터는 "시 주석의 불참은 G20의 지속 가능한 생존과 성공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며 "중국의 존재는 G20의 미래에 실존적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