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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우디, 지정학적 현실 앞에 해빙 분위기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37_"美·사우디 관계"

최성근 김상희 | 2023.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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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 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 중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3.6.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한동안 냉랭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고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윌리엄 번스 CIA 국장, 브렛 맥거크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 아모스 호흐슈타인 백악관 선임고문 등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사우디를 찾았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짚어보고, 향후 양국 관계를 전망해 봤다.



언론인 암살 사건으로 급랭한 관계…글로벌 패권 경쟁 등 현실적 문제에 복구 시도


전통적 우방이던 미국과 사우디는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미국이 사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치솟는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찾아 증산을 요청했지만, 사우디가 이를 무시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사우디는 OPEC+와 함께 오히려 대규모 감산 조치를 발표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해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강화에 나섰다. 일대일로와 비전 2030의 연결, 위안화 석유 거래 등이 추진됐으며,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중재에 나서 역내 존재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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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사우디를 연이어 방문한 것은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에 있어 사우디가 필요하다는 지정학적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밖에도 사우디가 안보 인프라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에게도 사우디가 가장 큰 무기 수출 대상국이라는 점, 국제 시장에서의 석유 거래가 미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되고 있고 사우디가 막대한 오일머니로 대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도 양국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적극적 중립주의 가능성…中 중동 영향력 확대 제동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회복된다면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앞서 미국은 아브라함 협정 통해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이뤄냈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도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빈살망 왕세자의 역점 사업에 맥킨지 등 미국 기업들이 깊이 개입돼 있다는 점도 일대일로 사업과의 연계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또 원유 거래에 있어서도 달러화를 기반으로 구축된 글로벌 전체 시장을 고려하면 위안화로의 결제 수단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사우디는 미중 경쟁 구도를 자국의 외교 이익 극대화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며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 대만 문제 등 미국의 구애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사우디가 적극적 중립주의( Positive Neutralsm)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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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인 알리 샴카니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이 16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다. 사진은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이라비아 국가안보 보좌관(왼쪽)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가운데 두고 샴카니 의장(오른쪽)과 악수하는 모습. 2023.03.16
박현도 서강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라도 사우디와 틀어진 관계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사우디는 이제 친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미도 아니라는 입장으로, 사안과 필요에 따라 미국과 협력할 수도 있고 중국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박사는 "사우디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협력을 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며 "원전 사업도 중국이나 러시아와 할 것처럼 으름장을 놓았지만 미국과 먼저 협력하기 원한다는 의향을 보였고, 총 20여 기에 가까운 원전 건설은 미국 원전 업계로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과 중국에 의해 사우디가 끌려다니기 보다 오히려 미중이 끌려다닐 수 있다"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도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으로, 이스라엘의 경우 미국식 무기체계로 상호호환성이 높고 기술력도 뛰어나며 중동 지역에 적합한 방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우디-이스라엘 관계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