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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중에 구멍난 미국의 중동 외교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30 - "미국과 중국의 중동 외교"

최성근 김상희 | 2023.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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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양국의 관계 정상화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이 단절된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하면서 중동에서 커진 중국의 영향력을 국제 사회가 실감하고 있다. 특히 미중간 패권 경쟁이 중동으로 이어질지도 주목한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중국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미중 패권 경쟁과 중동 지역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미국 소홀한 틈 타 중동 영향력 확대한 중국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심화에 따른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 약화, 셰일 혁명에 따른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 확보 등으로 중동 외교에 소홀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란은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사우디의 경우 안보와 자원을 교환하는 미국의 사실상 동맹이자 우방국가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무기 판매 중단, 후티 반군 테러 조직 지정 철회, 카슈끄지 암살 이슈 제기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다. 고유가 속 석유 증산을 둘러싸고 빈 살만 왕세자와 바이든 대통령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이용해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중국은 달러로 결제하는 산유국 원유 수출 대금 체제인 패트로 달러를 흔들기 위해 사우디와 위안화 무역 거래 시장 조성에 힘을 쏟는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서 원유 및 천연가스 무역에 위안화를 쓰자고 공식 제안했다. 최근 중국 수출입은행은 사우디 국영은행과 첫 위안화 대출 협력을 성공리에 마쳤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이번 대출이 양국 간 무역 관련 자금 수요를 충족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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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GCC(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지난해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국빈 방문 이후 양국은 2년 주기로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녹색에너지, 운송, 물류, 의료산업, 건설 등 분야의 34개 투자를 확약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2030' 프로젝트도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계해 경제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란에 대해서도 중국은 그간 미국의 제재로 수출에 제약을 받던 석유를 대량 구매함으로써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란과 25년에 걸친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통신, 항구, 철도, 에너지 등의 투자 확대를 추진한다.

사우디와 이란 외에도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중동지역 15개 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중국은 국가, 종파, 민족 간 정치적 분쟁이나 미국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맺는다. 내정불간섭과 주권 존중이라는 중국 외교의 원칙이 중동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 형성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앙숙이던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을 중재한 것도 이러한 점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미중 경쟁, 중동으로 확대 가능성…지역 안정 긍정적 효과도 기대


그럼에도 중동은 미국에도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 시대에도 중동 석유자원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따라 향후 인도태평양 못지않게 이 지역에서 치열한 미중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동에서 '필수불가결 국가(indispensable nation)' 지위를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우디와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여론이 워싱턴 조야에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글로벌 패권 경쟁을 하는 중국이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국제 사회의 화약고 중 한곳으로 꼽히는 해당 지역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갈등 요소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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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이번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회복 이후 가장 먼저 기대되는 것은 예멘 내전의 종식이다. 2014년 이란이 시아파의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이듬해부터 사우디가 예멘 정부를 지원하면서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번 국교 회복으로 9년째 지속된 예멘 내전이 종식될 가능성도 커졌다. 스위스에서 유엔 중재로 포로 교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도 양국의 국교 회복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를 둘러싼 '시아파 벨트' 국가들의 갈등과 군사적 긴장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의 시아파 벨트는 수니파의 수장 격인 사우디를 포위하는 형국이다. 시아파의 수장 이란은 민병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아파 벨트를 유지한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으로부터 군사·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도 이란의 지원을 받아 내전을 이어간다. 양대 종파의 수장인 이란과 사우디의 화해와 국교 회복은 중동 지역의 다양한 종파 갈등과 내전을 종식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회복은 이란의 러시아 무기 지원으로 약화된 이란 핵 합의 복원 명분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협상을 앞두고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심 쟁점이던 '미신고 장소 핵물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