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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없어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건재"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2023 어젠다 인터뷰 시리즈 - ①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성근 김상희 | 2023.02.19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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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사진=AEI 홈페이지
글로벌 경제는 지금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 전세계의 우려 속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1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무너졌고,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다툼은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압박을 강화하며 한국 등 우방들에게 '자유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세력화로 맞불을 놔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은 미중 갈등과 패권경쟁이 전세계는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어젠다로 선정해 오는 4월 26~28일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블록화된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는 매우 중요한 고민이다. 키플랫폼은 매주 일요일 아침 선보이는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을 통해 이같은 어젠다에 대한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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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美, 우방국 기업 차별하지 않을 의무 있어…중국은 예외"


경제, 기술,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는 미중 경쟁 중 가장 첨예한 분야는 반도체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진영화와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안보상 이유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반도체 제조 장비와 기술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고, 향후 중국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차단까지 검토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국가 차원의 막대한 투자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미중 반도체 전쟁은 반도체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렉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키플랫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공급망은 중국 없이도 건재했다"며 "다시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구축한다 해도 시장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저스 선임연구원은 중국 및 인도 경제를 포함한 아시아와 미국 경제 관계의 권위자로 중국 베이지북(China Beige Boo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여러 논문을 통해 중국 친시장 개혁의 종말과 그에 따른 경제 침체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앞서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과 조지워싱턴대학교 겸임 교수도 지냈다. 또 홍콩 링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미국 국방부에서 국제경제와 에너지 담당관으로 일했다.

다음은 시저스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공급망은 중국 없이도 건재했다. 다시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구축한다 해도 시장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가장 큰 문제는 보조금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한 수 위에 있고 모든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 할 경우 이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하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급망에서 중국의 참여를 막아버리면 된다.

공급망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이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공급 부족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공급망은 개선될 수 없다. 따라서 공급망을 강화하는 첫번째 단계는 미국이 현재 또는 미래에 예측되는 생산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이 일종의 보호무역조치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이 공급망 재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반도체 생산 관련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보조금 지원 조건에 공급망 변경이 포함돼 있지는 않고 최종 생산량 증가만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칩 수출 통제는 잠정적 규정이 발표된 지 4개월이 지난 아직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조치를 보호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매우 다양한 산업에서 국영 기업과의 경쟁을 허용한 적이 없는 중국에 대한 상호적(reciprocal)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는 우방국의 기업을 차별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자국 국영 부문을 보호하며 항상 타국 기업을 차별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그럴 의무가 없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공급망 재편이 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이미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 공급망이 재편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미국의 계획대로 공급망이 재편된다면 일회성으로 비용 증가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피한 것이다. 공급망이 재편되지 않더라도 중국 노동 인구의 고령화와 경쟁력 약화가 수반되면서 이러한 비용은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중 견제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반도체는 인공지능(AI) 활용 등 첨단 기술과 고수익 제조 산업, 이 2가지 모두에 중요하다. 단일 기술 중에서 최우선 순위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반도체 산업일 것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급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각종 규제와 수출 통제 등을 통해 중국이 자국 반도체 업계에 제공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문제삼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는 있다. 기술 측면에서도 반도체 장비 등의 수입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기업과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장 접근을 확대하는 로비 활동을 펼침으로써 미국 정부의 이러한 견제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경쟁하는 미중 양국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정치다. 미국 정치인들은 말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항상 국내 정치만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만 해도 막대한 대중 투자가 이뤄졌다. 지금의 미국은 말로는 중국을 비난하고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하지만 사실 중국과 진심으로 경쟁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은 경제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상당히 빈곤한 편이며 매우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을 거부함에 따라 중국 경제의 성장세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경제 면에서 미국이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계속 지킬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만한 역량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