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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협력 강화하는 중국-러시아-이란…'새로운 추축국'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26 - "중국-러시아-이란 협력"

최성근 김상희 | 2023.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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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현지시간) 베이징 조어대에서 동계 올림픽 개막에 맞춰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C) AFP=뉴스1
최근 뉴욕타임스는 민주주의 대 독재 정치라는 두 개의 경쟁 블록으로 분열된 세계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3국을 반미 블록의 핵심 국가로 지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중국은 대만 침공 등으로 미국과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라며 이들을 과거 2차대전 전범국가들에 빗대어 '새로운 추축국'(New Axis)이라고 지칭했다.

최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0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정찰 풍선 사태로 미국과 갈등이 깊어진 시 주석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핵 문제로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함께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패권국 미국과 각을 세우며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이란 3국이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경제, 안보 측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황과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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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에브라임 라이시(왼쪽) 이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2.1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재에 맞서 경제협력…미국 대항하는 새로운 안보 협력


중국과 러시아, 이란은 모두 현재 미국에 의해 경제제재를 받거나 각종 규제와 수출 통제 등의 조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제재와 통제에 대응해 경제협력과 연대를 강화한다.

핵 문제에 따른 경제제재로 원유 수출량이 일일 20만 배럴까지 떨어졌던 이란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국의 이란 원유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인 120만 배럴에 달하는 등 제재 회피를 위한 위장 배송 시스템으로 중국에 저가로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

또 2021년 체결한 이란과 중국간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을 통해 중국은 세계 5대 산유국인 이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고,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금융, 통신, 항만, 철도를 비롯한 각 분야에 걸쳐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협력도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에너지 수입 대국인 중국은 경제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를 대량 구매했다. 중국은 러시아에 각종 생필품과 첨단 기술 제품을 제공한다.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한 이후 의류, 자동차, 가전 등 러시아 내수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이란과 러시아의 경제협력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이란 국영석유회사 NIOC와 러시아 가스프롬은 400억 달러 규모로 천연가스를 개발·투자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이란 남부 도시 부셰르 원전의 2호기, 3호기를 각각 2024년, 2026년 완공하기로 하는 등 원전 분야 협력도 활발하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은 패권국 미국에 맞서 안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가 NATO에 대항해 출범시킨 다자간 안보 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지난해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유사시를 대비한 3국의 합동 군사훈련도 정례화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만 인근에서 러시아 미사일 순양함과 중국 군함 다수가 실시하는 군사 훈련은 테러리스트 진압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해당 지역은 미국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함정 간 군사적 마찰이 빈발하는 곳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극동지역에서 '보스토크'라 불리는 합동 군사훈련을 2018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무기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공격용 무기인 이란제 드론을 제공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약 2000대의 드론을 이란에 주문했으며 향후 러시아 본토에 최소 6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드론 공장 설립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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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7일 (현지시간) 이란 구축함이 인도양 북부 해상에서 러시아 해군과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거대한 반패권 동맹' 현실화되나


중국, 러시아, 이란 3국은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역사적으로 미국과 서방 세계 중심의 패권적인 국제 질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이란은 각각 역사적 경험을 통해 서구 자유주의적 가치의 보편성을 거부하고 민족주의와 종교에 기반한 독자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중국의 부상과 서구 경제 헤게모니의 상대적 쇠퇴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이란으로선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와 일방적인 이란핵합의(JCPOA) 폐기가 러시아와 중국의 비중과 중요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미 국무부도 중국, 러시아, 이란을 바라보는 인식이 비슷하다.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현존 국제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세력으로 이들 3국을 '불만 국가'로 지칭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들 3국이 현존 국제질서에 반대하는 배경에 대해 △서방 세력에 고통받아 온 역사△악의적인 외부세력의 영향으로 과거 지위와 영광이 사라지고 문명적인 쇠퇴를 맞이했다는 피해의식 △정치적 정당성 부족에 직면한 상황에서 권위주의적 통제 강화를 위한 이념적 수단으로의 활용 △이들 요소가 결합해 세계 지정학적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수정주의 사명의식이라고 설명한다.

향후 국제질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와 중국, 러시아, 이란이 다양한 전선에서 갈등과 충돌을 빚으면서 지정학적 위기가 크게 고조될 수 있다.

전쟁 중인 러시아는 중국을 통해 원유와 가스 수출의 활로를 마련하는 동시에 이란과 군사적 협력을 통해 부족한 무기체계를 확충하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비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와의 에너지 자원 협력을 통해 서방 제재 효과를 축소시키는 동시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코로나 리오프닝 이후 늘어난 자원 수요를 충당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제재를 회피하면서 경제적 고립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카터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즈비그뉴 브레젠스키는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탈냉전 시대 미국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러시아-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반패권 동맹 형성이라고 경고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브레젠스키가 경고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