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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의 귀환…중동 불안 고조 가능성에 국제사회 긴장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21 -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귀환"

최성근 김상희 | 2023.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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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1년 반 만에 총리로 복귀해 예루살렘에서 새 정부 첫 각료회의서 건배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스라엘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돌아왔다. 그는 현지에서 '멜레크 이스라엘(이스라엘 왕)'이라 불린다. 2019년 뇌물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되고 지난해 연정 구성 실패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그의 복귀는 곧 왕의 귀환인 셈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 집권 기록을 갖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그리고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범우파 정당들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12월 29일 이스라엘 의회가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를 승인하면서 6번째 총리직에 올랐다. 다당제에 기반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연립정부 구성이 필수적인 이스라엘 정치에서 한 지도자의 장기 집권은 매우 이례적이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이스라엘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동시에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가 재집권을 하게 된 정치적 배경을 분석하고 극우화된 이스라엘이 초래할 지정학적 위기 가능성을 짚어 봤다.



예견된 네타냐후 총리의 귀환


2021년 6월 반네타냐후 진영이 무려 네 차례 총선 끝에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면서 장기 집권 중이던 네타냐후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새 정부는 극우 정당에서부터 중도와 진보 그리고 아랍계까지 9개 정당이 모여 '무지개 연정'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당시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제1당인 리쿠드당은 30석을 얻었고 보수 정당을 모두 규합하면 66석으로 전체 120석 중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으로 측근들이 이탈했고 보수 진영 내 세속주의와 종교정파 간 균열이 발생하면서 결국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이렇게 분열된 보수정당들은 중도·진보 연합과 무지개 연정을 통해 네타냐후를 실각시키고 새 정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무지개 연정은 오직 반네타냐후를 목표로 한 합종연횡에 불과했다. 민감한 현안마다 각 진영의 정당들은 성향 차이를 노출하면서 충돌했다. 급기야 '요르단강 서안 법안'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법안 처리가 불발되자 무지개 연정은 1년 만에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코로나 대유행과 당면한 안보 위기 속에서 정치적 갈등만을 반복하는 무지개 연정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신뢰도 곤두박질쳤다. 결국 이스라엘 국민들은 부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다양한 정치세력을 노련한 정치력으로 아우르면서 유대인을 위한 강력한 안보 정책을 추진해 온 네타냐후를 다시 총리로 소환했다.



이스라엘 민족 구성과 우경화로 치닫는 이스라엘


극우 세력을 대표하며 부패 스캔들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비호감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가 역대 최장수 총리로 재집권하게 된 이유는 단지 무지개 연정의 균열과 무능 때문만은 아니다.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이자 13년여간 총리를 지낸 다비드 벤구리온을 필두로 건국 초기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과의 공존에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대거 이주한 러시아계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 더 많은 영토를 가지기 바랐고, 그들이 다수 정착한 요르단강 서안 지구와 골란고원 등의 점령지 반환 정책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을 지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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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가 창설 55주년 집회에서 깃발을 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빈 노동당 총리는 격화하는 팔레스타인과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유대인 정착촌 확대 중단을 조건으로 '오슬로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노동당에 대한 불만 여론이 고조됐고 라빈 총리마저 암살당하면서 중도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노동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이 장기 집권에 성공하면서 오슬로 협정은 유명무실하게 됐다. 극우 연정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지역 내 분리장벽까지 세우면서 유대인 정착촌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한때 샤론 전 총리가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가자 지구에서 철수를 단행하기도 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과 로켓, 박격포 공격을 앞세운 강경투쟁이 안보 불안을 자극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 불안을 빌미로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꾸준히 추진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끝없는 유혈 충돌 사태를 초래했다.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의 땅을 이스라엘 정부가 불법적으로 몰수하고 조직적으로 차별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 약 2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언젠가 유대인 인구를 추월하고 유대 민족 정체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불안과 위기감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유대인 우월주의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우파 진영은 전체 120석 중 과반인 64석을 차지했다. 특히 극우 정당 연합 중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14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는 11석을 얻었다. 새 연립정부는 역사상 가장 극우화된 정부로 평가된다. 일례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제품 판매, 서비스 제공, 진료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차별법' 개정을 공약했다. 이는 성소수자 등 소수그룹의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



네탸냐후 귀환에 중동 지정학적 위기 우려


국제사회는 네탸냐후의 귀환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것을 우려한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유대인 정착촌 확대 추진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지난달 28일 공개한 '연정 합의서'에서 최우선 정책으로 유대인 정착촌의 확대와 개발을 약속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새 연정 출범 나흘 만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친이란 민병대의 군사시설을 공대지 미사일로 공격했다. 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북부 인근 마을을 공격해 주민 2명을 사살했다.

바이든 정부는 네타냐후 새 연정 출범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유대인 정착촌 문제로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관계는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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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르 단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軍)이 요르단 강 서안 제닌 인근 카프르 단 마을의 한 주택을 공격하고 있다. 해당 주택은 이스라엘군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의 아마드 아베드 소유로 알려져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에 대한 강경노선과 핵시설 공습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스라엘은 그간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 무력 사용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새 연립정부 승인 후 의회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을 끝내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좌절시키며 이스라엘의 군사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이 이란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으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란 핵 개발 재개를 우려한 네타냐후 정부의 이란 핵시설 공습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최근 미 국방부는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에 필수 전력인 최신 공중급유기 판매를 승인하고 2025년 경 인도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와 대리전 또한 악화할 공산이 크다. 이란은 헤즈볼라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네타냐후 정부가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경우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은 중동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