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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보지마!"…럭셔리 끝판왕 된 생수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7 - "초고가 생수"

김상희 | 2022.12.04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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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xhere
국부론, 보이지 않는 손 등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를 고민하게 만든 문제가 있다. 우리가 생존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물은 거의 공짜로 이용하는데 반해 없어도 그만인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무척이나 비싼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스미스의 역설, 가치의 역설, 다이아몬드와 물의 역설 등으로 불리는 이러한 상황은 1870년대에 들어 한계효용학파에 의해 설명된다.

한계효용이란 일정한 종류의 재화가 잇따라 소비될 때 최후의 한 단위 재화로부터 얻어지는 심리적 만족도로, 욕망의 정도에 정비례하고 재화 존재량에 반비례한다.

이들에 따르면 상품 가격은 상품이 제공하는 총 효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된다. 필수적이고 총 효용이 높더라도 공급량이 많아 한계효용이 낮으면 가격이 낮고, 적은 공급량으로 희소가치가 있어 한계효용이 높으면 가격도 높아진다. 물은 필수적이지만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싸고 적은 매장량, 쉽지 않은 채굴·가공 과정으로 구하기 어려운 다이아몬드는 매우 비싸지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다이아몬드와 물을 놓고 고민했지만 같은 물끼리도 한계효용의 차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강 인근 지역, 상수도 인프라가 좋은 도시 등 물 공급 원활한 지역과 사막에서의 물 가격은 큰 차이를 나타낸다. 흔히 사막에서는 석유보다 물이 비싸다고 하는 이유다.



청정 지역 취수·보석 디자인 병…한 병에 수억 원 판매


현대 사회에서 특정 물의 경우 귀금속에 맞먹을 정도로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건강, 웰빙을 중시하게 됨에 따라 수원지, 성분 등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물 가격이 책정되기도 한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 희귀 지역에서의 취수, 운송의 어려움, 수원지 보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물의 한계효용을 극대화하고, 때로는 특별한 병 디자인이 생수의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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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생수 중 하나인 필리코 주얼리 워터/사진=필리코 홈페이지
호주의 생수 브랜드 BLVD는 리터 당 가격이 27달러로 다른 물에 비해 높다. BLVD는 전체 면적의 40%가 우림으로 덮인 호주 남동쪽 섬 태즈메이니아에서 특정 지층을 20m 이상 뚫고 들어가 자연에서 여과된 물을 취수한다.

캐나다 생수 버그는 리터 당 가격이 약 46달러다. 그린란드 서부의 1만 5000년 이상 된 빙하 조각을 채취해 생산한다. 리터당 가격이 185달러에 이르는 노르웨이 브랜드 스발바르디의 극지방 빙산수도 북극 인근에서 바다에 녹아들기 직전 빙산을 통해 물을 얻는다.

미국의 블링 H2O는 리터당 219달러로 물보다 병이 주목받는 생수다. 수원지는 테네시 스프링,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카운티 스프링 등 미국 지역이며 9가지 정화 방법 등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높은 가격은 물 때문이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가 디자인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의 반투명 병 등 다양한 고급화 디자인의 영향을 받는다. 블링 H2O도 자신들의 물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블링(화려하게 차려 입은)한 사람들만 위한 것이다"고 강조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로 꼽히는 일본의 필리코 주얼리 워터도 블링 H2O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이 강화된 생수다. 일본 고베에 있는 누노비키 폭포를 원천으로 하는 물로 새롭게 내놓는 다양한 디자인의 병이 특징이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골드 트림, 글리터 윙 등의 디자인 요소로 병을 꾸미고 이를 SNS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 시킨다. 가격은 리터 당 1390달러에 이르며 특히 한정판 제품의 경우 1만 4000달러가 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쿠아 디 크리스탈로 트리부토 모디글라아니는 유명 워터 소믈리에가 프랑스와 남태평양 피지섬의 광천수, 아이슬란드 빙하 등을 조합해 만들고 5mg의 금가루를 넣었다. 전체가 24k 금으로 코팅된 750ml 병은 이탈리아 예술가 아메데오 클레멘테 모디글리아니의 작품을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2010년 멕시코에서 경매를 통해 77만 4000페소(약 5200만 원)에 판매됐다. 경매로 판매한 돈은 지구 온난화 퇴치를 위해 재단에 기부됐다. 특히 같은 병 모양에 6000개의 다이아몬드를 붙인 한정판은 가격이 40만 유로(약 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한다. 이 한정판은 1병만 제작됐다.



남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욕구도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 한몫


이들 초고가 생수는 할리우드 유명인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슈퍼 리치들을 대상으로 한다. 일부 제품은 이들 슈퍼 리치의 축하 자리에서 기존 샴페인 등을 대체하는 시장을 목표로 한다.

사실 아무리 지구상 최고 청정지역에서 취수하고 미네랄, 무기질 함량 등에서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물은 다른 물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 물을 마신다고 병이 낫는 등의 극적인 효과와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저렴한 일반 생수뿐 아니라 수돗물조차도 식수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고, 맛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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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러한 초고가 생수가 팔리는 이유에 대해 가디언은 희귀한 물은 수 세기 전부터 신분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한다. 19세기 스파 타운(온천 마을)에서의 휴가 열풍, 유럽 왕족들의 온천 사랑 등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 워털루 대학 연구원의 주장을 인용해 고급 생수를 구매하는 이유가 죽음이라는 실존적 절망에 대한 매력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에비앙의 슬로건 '젊음을 마시라'와 아기가 등장하는 광고, 피지워터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열대 섬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등이 죽음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트렌드 전문가 다니엘 레빈은 푸드인스티튜와의 인터뷰에서 "마케팅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슈퍼 프리미엄 물을 선택하는 데는 과학적 무지와 정서적 불안이라는 두 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며 "첫 번째는 비싼 물이 그 가격에 맞는 희귀한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으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자신이 호이 폴로이(그리스어로 많다는 뜻으로 민중, 대중, 서민을 의미)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할 필요성에서 비롯된다"며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지만 더 똑똑해지지 않을수록 교활한 마케터들은 계속해서 소비자와 그들의 돈을 분리하는 의심스러운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