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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뵨, '기능 대비 고가'에도 없어서 못사는 이유?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3 - "베이비뵨"

김상희 | 2022.10.09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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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뵨 바운서/사진=베이비뵨 홈페이지
애플, 나이키, 맥도날드, 스타벅스.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잘 알려진 브랜드들이다. 반면 어떤 브랜드는 이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특정 소비층에는 이들 못지않은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한다. 예를 들어 낚시, 캠핑 용품 브랜드는 해당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이키와 애플만큼 유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육아 용품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우지 않으면 들어볼 일도 없는 브랜드가 육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보가 넘쳐난다.

스웨덴 기업 베이비뵨은 육아 용품 시장에서 인기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바운서와 아기띠는 가장 인기 많은 제품으로 꼽힌다.

스웨덴은 유럽의 대표적 혁신 국가로 인구는 1000만 명에 불과하지만 볼보, 이케아, 에릭슨, 일렉트로룩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이 즐비하다. 이러한 스웨덴 기업 중에 베이비뵨도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베이비뵨은 1961년 스웨덴의 뵨 야콥슨이 설립한 가족 기업이다. 1960년 대에는 아기를 볼 때 바닥에 두거나 유모차에 태워 놓는 경우가 많았다. 야콥슨은 부모가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보다 안전하게 아기를 볼 수 있도록 소아과 의사들과의 상담을 통해 바운서를 고안했다.

베이비뵨 이후 수많은 유아용품 브랜드에서 바운서 제품을 선보였지만 베이비뵨 바운서는 지금도 최고 인기 제품이다. 수십 년 전 당시 육아를 엄마가 전담하던 시대에 아빠가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 맨 채 아기를 보는 파격적 광고로도 소비자들에게 베이비뵨이라는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중고 시장에서도 인기…견고함·디자인·휴대성이 경쟁력



베이비뵨 제품은 전 세계 55개국에서 판매되며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한국과 일본도 미국 못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는 중고 플랫폼에서도 인기다. 중고 플랫폼에서는 베이비뵨 바운서를 알림 설정을 해 둬 물품이 올라오자마자 수 초 내로 거래가 되기도 한다. 가격이 고가여서 중고 제품이 인기이기도 하지만 매장에서 새 제품을 사려고 해도 재고 부족 등으로 구하지 못해 중고 제품을 찾는 경우도 많다. 유아 용품은 아기 성장 단계에 맞춰 특정 시기에 구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베이비뵨 바운서는 시장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기능이 많을수록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과 달리, 베이비뵨 바운서는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하지만 가격은 고가로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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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뵨 아기띠/사진=베이비뵨 홈페이지
베이비뵨 바운서는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단순하다. 철제 프레임에 천을 씌운 것이 전부다. 흔들림은 아기가 움직이거나 보호자가 수동으로 흔들어줘야 한다.

그에 반해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사 제품들은 훨씬 고성능을 제공한다. 고가 제품의 경우 전동 바운서가 많으며 자동으로 다양한 동작을 구현한다. 반대로 베이비뵨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브랜드들의 경우에는 가격이 절반 이하로 훨씬 저렴하다.

베이비뵨이 특별한 기능 없이 고가인데도 인기가 많은 이유는 견고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아기에게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또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도 인기 요소다. 스웨덴이라는 북유럽 특유의 단조로운 형태와 파스텔톤 색감이 디자인적으로 뛰어나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경쟁 제품인 전동 바운서의 경우 충분한 안전 인증을 받아 출시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기들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가진 소비자들이 많다. 또 전동 바운서는 복잡한 기계적 구성으로 제품이 무거워 휴대성이 떨어지는데 반해 베이비뵨은 한 손으로도 쉽게 들 수 있을 만큼 가볍다. 저렴한 타사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소재 등으로 디자인과 견고함에서 베이비본 보다 못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점들이 맘카페 등 육아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탄 점도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베이비뵨 바운서에 눕혔더니 아기가 잠에 쉽게 들었다는 사용기부터 베이비뵨 바운서만 이용하면 아기가 변을 본다고 해서 '베이비변'이라는 별칭이 생기는 등 입소문을 탄다. SNS 상에 여행을 갈 때 가볍게 챙겨가서 호텔 방안에 설치한 후 사용한 사진들이 올라와 아기와 유사한 경험을 하고 싶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제품 경쟁력 뛰어 넘는 확고한 육아 시장 내 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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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단조로운 기능에도 고가로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베이비뵨 브랜드가 육아 용품 시장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에 어떻게 인식되는냐를 포지셔닝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사 제품이나 기업을 경쟁 기업에 비해 시장에서 유리한 포지션에 있도록 노력한다. 포지셔닝이라는 용어는 1972년 광고 회사 간부인 앨 리스와 잭 트로우트가 도입한 용어다.

베이비뵨은 가격과 기능 등의 요소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지위를 공고히 한 셈이다.

뉴욕타임스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는 베이비뵨 바운서에 대해 "테스트한 다른 어떤 바운서보다 아기 움직임에 더 잘 반응하고 가장 견고하면서 휴대성을 갖춘 스타일리시한 모델"이라며 "다른 제품들보다 훨씬 비싸지만 두 아이 이상 사용할 계획이거나 아이가 바운싱을 충분히 즐긴 후에 팔려고 하는 가정에서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