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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은 극히 일부일 뿐…세계로 확산하는 마약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11 - "확산하는 마약"

최성근 김상희 | 2022.10.02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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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주사기/사진=flickr
마약왕 '조봉행'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인기다. 수리남은 지난달 21일 기준 비영어 TV 부문에서 주간 글로벌 톱10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82개국 톱1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수리남 외에도 마약 관련 콘텐츠는 넘쳐난다. 문제는 미디어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마약은 세계적인 확산세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UN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하는 '세계 마약 보고서 2021'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15~64세 인구 중 약 2억 8400만 명이 약물을 사용해 10년간 26% 증가했다. 그중 약 49만 4000명이 사망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마약 거래의 실태와 그 배경에 대해 짚어봤다.



세계적 마약 확산 배경은


마약은 강력한 환각 작용과 중독성으로 중독자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글로벌 금 1g의 가격은 50달러 내외지만 코카인의 경우 미국에서 1g당 200달러가 넘는다. 마약이 엄격하게 금지된 아랍권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선 1g 당 533달러에 달한다. 마약을 공급하는 범죄 조직에 있어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최근 확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주요 분쟁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합성마약 제조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UNOD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2019년 17개의 마약 제조소가 있었지만 2020년에는 79개로 급증했다.

UNODC는 코로나19 대유행 영향도 크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조치 등이 장기화하면서 불안, 우울, 무기력증 등으로 소위 '코로나 블루'를 견디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마약에 빠져든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IT 기술의 발달로 '다크웹(특수 경로로만 접근 가능한 온라인 공간)' 등 음성적 경로를 통한 마약 거래가 활발해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거래 수단으로 활성화되면서 개인들의 마약 거래가 폭증했다.

대마초 합법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와 워싱턴DC가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했고, 18개 주와 워싱턴DC는 비의료적 사용도 허가하고 있다.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는 50여 개 국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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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동남아시아에서 밀수입한 필로폰을 미리 마련한 타인 명의 원룸에 보관하며 수도권에 유통시킨 피의자 등 9명을 검거하고 그중 3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화장실 천장에 은닉한 2.4kg 필로폰을 꺼내놓은 모습. 경찰은 피의자들 검거 과정에서 필로폰 2.9kg(시가 97억 원 상당, 약 9만 7,000 명 동시 투약분)을 압수해 대량의 필로폰이 국내 클럽과 유흥업소 등에 유통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또한 경찰은 앞으로 마약류 집중단속과 함께 인터넷·SNS·가상자산 등을 통한 마약류 유통사범에 대한 연중 상시단속을 전개하고, 서울 시내 클럽 및 유흥업소 등과의 관련성 여부를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제공) 2022.9.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과거 마약 청정국이던 한국도 최근 마약 신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적발 마약사범은 2020년 1만 805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마약 유통이 까다로운 만큼 동남아시아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신종 마약 유통이 폭증하고 있다.



시대별 주류 마약의 역사



1)아편

주로 의약품으로 사용하던 아편은 17세기 네덜란드 상인에 의해 담뱃대에 넣어 피우는 방식이 알려지면서 급속히 확산했다. 19세기 초 영국이 제국주의 침략을 위해 인도에서 생산한 대량의 아편을 청나라로 밀수했고 당시 400만 명까지 중독자가 급격히 증가해 결국 아편전쟁으로 이어졌다.

2차 대전 이후 중국 국민당 군벌 잔당들이 동남아시아로 넘어가 양귀비 재배가 확산했고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소위 '황금의 삼각지대'가 세계 최대 아편 생산지로 부상한다. 아편은 주로 헤로인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밀수됐다. 1990년대 들어 양귀비 재배와 밀수를 엄격히 금지하면서 생산과 유통이 급감했지만, 대신 아프가니스탄이 아편 최대 생산지로 부상했다. 최근 UNODC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된 아편은 이란으로 넘어가 터키와 발칸반도를 거쳐 주된 소비지인 유럽 국가들로 밀수출된다. 또 마약 밀매 조직에 의해 양귀비 수확물이 파키스탄으로 옮겨지고 정제 공장에서 아편이나 헤로인으로 가공돼 중앙아시아와 중국으로도 밀수출된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파키스탄은 21세기 판 '황금의 초승달' 지역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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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서부 코카인 원료 재배지/사진=flickr
2)코카인

코카인은 197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미국에서 마약 수요가 급증하자 중남미 지역 마약 카르텔을 중심으로 대량 밀수 사업이 시작됐다.

코카인 주요 생산지는 콜롬비아,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이며 카리비안해와 멕시코 등을 경유해 최대 소비지인 미국과 북유럽으로 유입된다.

한때 콜롬비아 최대 마약 밀매 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을 창설하고 '마약왕'으로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친 파블로 에스코바르다는 전성기 시절 세계 코카인 시장의 80%를 장악해 연간 220억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현금이 넘쳐 이를 묶는 데 사용하는 고무줄 구매에만 매달 2500 달러를 지출했다.

이 밖에 메데인 카르텔과 쌍벽을 이뤘던 '칼리 카르텔' 등이 마약 밀수 조직으로 유명하다.

3)필로폰(메스암페타민)

국내에서 히로뽕이라고도 불리는 필로폰은 화학적으로 제조한 합성 마약이다. 암페타민이란 각성제가 1887년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더 강력하고 만들기 쉬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은 1919년 일본에서 개발됐다.

필로폰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군인과 노동자들의 각성을 위해 사용됐고 일본 가미카제 조종사들이 자살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투여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2차 대전 이후 각성제와 다이어트 보조제, 우울증 약 등으로 사용되며 일반인에게 확산했다.

필로폰의 주 생산지는 동남아시아와 멕시코다. 동남아의 마약 조직은 주로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접경지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활동한다. 멕시코 카르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접하고 있는 시나로아주를 중심으로 필로폰을 생산해 주소비지인 미국으로 차량이나 인편 등을 통해 밀반입한다.

필로폰은 북한에서도 주로 외화벌이를 위해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지대가 많고 외부와 고립돼 있는 데다 함흥 지역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세워진 화학공장들이 있어 필로폰을 생산해 지린성 등 중국 접경 지역에 밀수한다.

4)펜타닐

합성마약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1959년 얀센에서 개발했다. 코카인이나 헤로인처럼 원료를 위한 경작지도 필요 없는 데다 원료의 단가가 저렴하고 제조법도 간단해 특허가 풀린 후 복제약이 쏟아졌다.

중국은 펜타닐의 원료와 완제품의 주 생산지로 꼽힌다. 특히 중국산 펜타닐은 소량 화물로 포장해 우편을 통해 미국에 반입하거나, 원료를 화학약품으로 위장해 멕시코로 실어 나른 뒤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유통한다. 펜타닐은 값싸고 소량으로도 엄청난 환각효과를 경험할 수 있어 미국에서 중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중국이 고의적으로 펜타닐을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미중 간 '역아편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민들의 펜타닐 중독으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018년 G20 정상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펜타닐 생산 규제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