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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인플레·노조 '위기의 스타벅스', 전기차로 성장동력 충전?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톡 스캐너 #9 - "스타벅스"

조철희 | 2022.09.11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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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볼보의 스타벅스매장 전기차 충전소 구축 프로젝트 관련 이미지. /사진=스타벅스

#위기의 스타벅스



· 스타벅스, 전국 소상공인 카페 100곳에 우리 농산물 상생음료 선보여
· "커피 한잔당 600원 기부" 스타벅스 대학로점, 청년 지원기금 2배 적립
· 스타벅스, ESG 경영 눈길, 영업익 줄어도 기부는 늘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카페 브랜드 '스타벅스'의 최근 국내 언론 기사들 제목이다. '상생', '기부', 'ESG'가 키워드로 대표적인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얼마 전 발암 물질 검출 굿즈 '서머 캐리백' 리콜 사태로 악화된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SCK컴퍼니(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이같은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본토 미국에선 최근 노동조합 관련 노사갈등 문제가 연일 뉴스다. 노조 역시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이슈로, 스타벅스 주식을 최소 12억달러(약1조6600억원)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Trillium Asset Management(트릴리움에셋매니지먼트)는 스타벅스에 직원들의 노조 결성과 관련해 중립적인 정책을 취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다수 스타벅스 매장의 바리스타, 매니저 직원들은 낮은 급여와 미흡한 교육훈련 등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며 최근 노조 결성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 등 F&B(식음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지금까지 노조 가입률이 낮았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처우가 악화되자 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노조 결성을 위해 직원 투표를 실시하는 업종의 약 30%가 F&B 업종과 숙박업이다.

스타벅스 노사는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하워드 슐츠 CEO(최고경영자)는 임금도 올리고 직원 교육도 강화했다고 항변했고, 노측은 사측이 노조 결성을 시도하는 매장을 폐쇄하거나 관련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시위도 벌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스타벅스의 경영상 난점으로 노조 문제와 높은 이직률,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꼽는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대비 2.3%p 하락했다. 그나마 스타벅스와 같은 필수소비재 기업은 가격결정력이 있어 판매 가격을 인상해 인플레이션 비용을 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관련기사 : 인플레·불황에도 끄떡없는 주식, 코카콜라)

스타벅스의 어려움은 이미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커졌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힘들었지만 특히 최대 해외시장인 중국에서의 타격이 크고 길다. 중국은 아직도 일부 대도시 봉쇄 조치가 지속돼 회복이 요원하다. 지난 4~6월 중국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4% 감소했고, 전체 매장의 25%가 문을 닫은 상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엄청난 위기 요인이다. 지구온난화에 주요 커피생산지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아라비카 커피콩 같은 인기종은 화씨 64~70도의 특정 온도에서만 재배돼 기후변화 영향에 민감하다. 올해 초 발표된 한 연구에선 커피 재배에 가장 생산적인 지역의 절반이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3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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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스타벅스 최근 1년 주가 추이

#주가 급락해도, 서학개미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주식

이런 위기감에 미국 증시에서 스타벅스 주가는 지난 1년간 25.68%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8.77% 하락했다.

스타벅스 주식은 한국의 '서학개미'도 관심이 많다. 올해 주가가 안좋음에도 스타벅스는 지난 1분기에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 24위 종목이었다.

실망에 빠진 투자자들이 적지 않지만 일단 최근 실적 측면에선 희망적인 신호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등 비용 부담에 수익성은 여전히 문제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완화 덕분에 매출은 회복세에 올랐다.

지난 3회계분기(2022년 5~7월) 순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7% 증가한 8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유통업체의 전반적인 성과를 잘 측정할 수 있는 비교매장매출(Comparable store sales)은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선 3%, 미국 시장에선 9% 각각 증가했다.

향후 글로벌 커피 시장은 전반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NCA(전미커피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 커피 소비량은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커피 시장은 2025년까지 연간 성장률 7%대가 예상된다. 이같은 시장 전망에 스타벅스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매장 확장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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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볼보의 스타벅스매장 전기차 충전소 구축 프로젝트 관련 이미지. /사진=스타벅스

#전기차 충전소, 스타벅스의 새로운 성장동력

인플레이션도 결국 언젠가는 잡힐 것이다. 경기침체도 잘 버티고 나면 지나간다. 문제는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이다. 최근 스타벅스는 경영진 쇄신과 함께 성장동력 발굴 등 다양한 혁신·개선안을 발표하고 추진 중인데 그중 하나가 전기차(Electric Vehicles) 충전소 프로젝트다.

스타벅스는 볼보와 함께 유타주 프로보에서 시애틀까지 1350마일(약 2200킬로미터)의 경로를 따라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이 경로 약 100마일마다 최대 15개 스타벅스 매장에 최대 60개의 DC 급속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도 충전하시고, 운전하시는 분도 편안하게 충전하고 가세요." 이런 콘셉트다. 급속충전을 하면 20~30분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편안하게 커피도 마시고 이메일도 체크하면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전기차 운전자 고객들에게 단순히 차를 충전하는 것 이상의 '경유 경험'(layover experience)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향후 5~10년,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스타벅스는 중요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 스타벅스가 고객을 이끌 새로운 매력 (Next Customer Magnet)
· 스타벅스의 차세대 성장동력(next big thing)
· 5~10년 안에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생길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이 보인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소비자는 "이미 테슬라도 스타벅스 근처에 900개 넘는 충전소를 설치했는데, 테슬라 운전자들은 충전할 때 스타벅스에 가는 게 루틴"이라며 "더 편하게 차량 충전과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당연히 스타벅스에 들를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충전소는 부족한 현실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마케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P Global Mobility(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 미국 도로 위에는 140만대의 전기차가 달렸다.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한 전문가는 "스타벅스가 급속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좋은 휴게소가 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전미에 걸쳐 여러 루트에 도입될 것이고, 스타벅스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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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 MZ, ESG

스타벅스의 전기차 충전소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핵심 소비층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 26~41세)와 Z세대(1997~2012년생, 10~25세)를 타게팅한 것이다. 이들의 소비 방식은 '가치소비'다. 지속가능한 상품(sustainable products)에 지불의지가 강하다. 소비할 때 판매 기업의 ESG도 고려한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sustainable lifestyle)을 소비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전기차 충전소 매장을 짓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은 2014년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급변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펼쳐나가던 새로운 혁신 전략들을 취재하면서 혁신기업들이 '초연결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감성 소비자의 출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취재 결과를 발표한 보고서의 관련 부분을 요약하면 이렇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과 확장, 통신 연결 비용의 절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이제 소비자들은 전세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데 시공의 제약을 느끼지 않는다. 언어장벽도 느끼지 않고 글로벌 곳곳의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의견을 공유한다. 초연결성이 더 똘똘하고 합리적인 소비자를 낳았다. 얇아진 지갑 탓에 여러 필요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혁신기술 제품이라면 지갑을 연다. 이른바 가치소비다.

동시에 남과 다른 차별화된 욕구도 충족하기를 원한다. 차별화된 감성 표출에 예민해 디자인을 중시한다. 또한 친환경, 삶의 질, 다양성, 생태계 존중, 사회적 책임, 공정무역, 에너지 절감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담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은 비용의 이슈가 아닌, 전략의 이슈다. 특히 초연결성은 가치소비에 익숙한 감성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니즈를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 기준으로 만들었다. 앞으로는 감성적 가치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최종 접점의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약 10년 사이 더욱 가속화됐다. 특히 MZ세대가 이같은 소비성향이다. 전기차 구매에서 잘 드러난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미국에서 전기차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5~34세로 35%에 달한다. 18~24세도 22%로 높다. 18~34세 젊은층이 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35~44세는 23%다.

미국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5%가 환경적인 이유로 전기차를 구입한다고 했다. 이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Z세대는 12%, 밀레니얼세대는 6%인데, 베이비부머세대는 2%에 불과하다. 밀레니얼세대는 57%가 새로운 전기차들이 좋다고 한 반면 베이비부머세대는 이런 반응이 28%에 그친다.

MZ세대의 전기차 구매 이유 1순위는 환경을 고려한 것이지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지와 자동차의 디자인 등 미적인 측면도 중요한 소비 가치다. 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 인플루언서인 스튜어트 엉거가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에 20대 4명 초청해 전기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 출연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와 제 또래들은 전기차를 보면 매우 좋다(very cool)면서 엄지척(big thumbs up)을 합니다. 우리는 대기오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지지합니다. 그런데 테슬라를 보면 다르게 반응합니다. 다른 전기차와 가격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보통 전기차를 탈 때는 환경을 지키길 원한다는 표현이지만 테슬라를 타는 것은 '영앤리치'(young and rich), '일론 머스크를 좋아해' 이런 표현이죠."



가치소비는 최근의 ESG 트렌드로 이어진다. 김수경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오늘날의 소비자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한 가치를 근거로 특정 기업에 대해 높은 로열티를 갖거나 구매를 결정하고, 이들에게 ESG에 대한 적극적 행보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는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높은 호감을 가지는 경향으로 지속가능한 제품에 보다 강한 구매 의사를 가진다"고 말했다.

모든 업종에서 ESG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특히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하고, 고용인구도 많은 유통업종에서 ESG 이슈가 강하다. 스타벅스의 전기차 충전소 프로젝트가 가장 규모 있고 선도적이지만 다른 유통업체들도 같은 전략을 펴면서 업계 전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3위 대형마트 크로거는 캘리포니아부터 와이오밍까지 10개주 매장에서 350개 이상의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차량당 30분 정도의 충전시간을 특가로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도 밝혔다. 향후 미국 남부와 중서부 6개 이상 주에서 충전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케아도 미국 18개주 매장에서 200개 이상의 공공충전기를 내년 말까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 서두에 언급한 스타벅스의 노조 문제도 ESG 투자 관점에서는 다른 주장이 나온다. 시장에선 스타벅스가 인플레이션, 공급망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문제로 인건비용이 늘어나는 점을 악재 보고 있다. 그러나 ESG 투자자들은 인력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이라며 스타벅스가 직원들에 비용을 더 쓰는 것은 수익 위험이 아닌 사업 강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