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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미국 금리인상…어떤 미래 시나리오 펼쳐질까?

[2022 키플랫폼 포커스] 글로벌 리스크 시나리오

조철희 | 2022.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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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럽 대륙에서 국가간 정규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니아를 침공했을 때, 두 나라 간 전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드물었다. 모든 예측이 빗나갔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미래가 과거 30년과 다를 것이며 냉전 이후 평화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경제에, 대한민국에 과연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 것인가.

오는 27~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2 키플랫폼'(K.E.Y. PLATFORM 2022)은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등 당면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전지구적 과제를 심층적으로 점검하고 대한민국이 지혜롭게 리스크에 대응하는 동시에 선도적으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한다.

특히 28일 오전에 열리는 개막총회에선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이 글로벌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해 도출한 미래 예측 시나리오 리포트 '글로벌 리스크 25'의 내용을 공개한다. 키플랫폼 출범 10주년을 맞아 특별 제작한 이 리포트는 지정학, 글로벌 경제·산업·기술, 기후변화·환경 등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동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피터슨경제연구소(PIIE),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이머징유럽(Emerging Europe) 등 글로벌 싱크탱크 연구자들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들과 밀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울러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의 학계, 연구기관, 투자기관, 비즈니스 리더 등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향후 3~5년 지정학, 경제, 사회, 기술, 환경 5개 분야에서 발생가능성이 높고 발생시 글로벌 영향력이 큰 리스크 100개를 선정했다. 리포트에는 석학들과 함께 전망한 종합 시나리오와 100대 글로벌 리스크 중 상위 25개 리스크의 세부 시나리오를 담았다.



러-우 전쟁 이후 신냉전 체제 도래…에너지·식량난에 경제 취약국들 혼란


'글로벌 리스크 25' 중 첫번째로 소개되는 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냉전 체제 도래' 시나리오다. 러-우 전쟁이 종결되면 국제질서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국가 연대의 대립 구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로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는 가운데 '신냉전체제'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나토(NATO) 동맹국들과 아시아·태평양의 미국 동맹국들의 가치동맹 결집력이 이전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대와 협력 역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 실현시 영향력이 막대한 리스크 중 하나는 '미중,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무력충돌'이다. 대만 침공은 중국에 매우 부담스러운 선택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대만 병합에 대한 목표를 포기하거나 수정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란, 북한 등 핵개발 이슈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국가들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도 중요한 리스크다.

신냉전체제 도래시 가장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에너지와 식량 공급난이다. 러시아가 공급하는 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 자원과 니켈, 알루미늄, 팔라듐 등 비철금속, 비료와 밀 등 식량자원의 공급 부족이 초래될 수 있다. 식량 공급난이 가중되는 상황에 미국과 남미에서의 가뭄, 홍수 등으로 인한 작황 악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경제력이 취약한 빈곤 국가와 저개발 국가들에게 식량위기를 가져오고 과거 '아랍의 봄'과 같은 정치적 격변을 불러올 수 있다.



글로벌 경제 리스크…미국발 신흥국 금융위기, 중국발 퍼펙트스톰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이 만난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경제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동시에 맞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암운은 이미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막을 때까지 금리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흥국들이 연쇄적으로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등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원유, 천연가스, 식량까지 각종 원자재 거래비용을 급증시키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등으로 생산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대응용 통화 긴축 정책이 맞물려 경기침체의 위협이 높이지는 중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리의 추격 상승, 유동성 축소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잇달아 극단적으로 전개되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중간 과정에서 우려되는 것이 신흥국 금융위기다. 최근 신흥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부채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부채를 줄이기가 한층 더 어렵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계속 높아지면 신흥국들은 달러 표시 외채 상환 부담을 더 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자산축소를 단행하면 신흥국에 유입됐던 자본은 빠르게 이탈하고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 스스로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경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거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거나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의 경우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신흥국들의 디폴트가 도미노처럼 잇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빠지거나 부진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은 중국 경제였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높은 수준의 부채라는 세 마리 '회색 코뿔소'의 위협 앞에 서 있다. 회색코뿔소는 눈에 보이지만 방심하다 돌진해 오면 막기 어려운 큰 리스크를 말한다. 언제든지 중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문제들이다.

중국은 외화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과 자산축소에 예상치 못한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중국은 게다가 코로나 재유행으로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면서 경제활동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고질적인 세마리 회색코뿔소 문제에 이런 문제들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경제에 중국발 퍼펙트 스톰(악재의 동시다발에 따른 경제위기)이 불 수도 있다.

2022 키플랫폼에 포커스가 모일 대목은 바로 이같은 글로벌 리스크들을 돌파해 나아갈 수 있는 전략들이다. 에드윈 퓰너 헤리지티재단 설립자 등 글로벌 최고의 전문가들이 키플랫폼 무대에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5년 대한민국 새 정부와 함께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글로벌 경제의 주요 리스크를 상세히 짚어 보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능동적·적극적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