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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그곳엔 '가짜일'이 없다

車부품업체 센트랄, 디지털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 전환…"중복·즉흥적 지시 금지"

창원(경남)=김상희 조철희 | 2021.03.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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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랄 창원공장 전경/사진제공=센트랄
지난 23일 방문한 경상남도 센트랄 창원공장에서는 수십 개 생산 라인이 분주하게 돌아갔다. 우리가 잘 아는 국내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로 보내질 부품들이 생산됐다. 제조사별, 부품별 생산라인에는 진행 상황, 불량 발생 상황 등을 바로 알 수 있는 디지털 전광판이 보였다. 정상적이면 초록불, 이상이 발생하면 빨간불이 들어와 근무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업은 자동화돼 있었다. 부품을 조립하는 것부터 열을 가하는 작업, 완성된 부품을 붙잡아 회전을 반복하며 불량 검사를 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이 로봇과 기계에 의해 이뤄진다.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은 라인의 시작과 마지막의 정리 작업뿐이다. 강상우 센트랄 총괄책임사장은 "센트랄이 자동화가 잘 된 사례로 꼽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며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IT(정보기술)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디지털'이 제조업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IT 강국이자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등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업무 방식인 '디지털워크'(Digital Work)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현장을 찾아 그 혁신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



디지털로 직원 소통 강화…제조업도 변한다


센트랄은 국내 제조업 중견기업 중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전환)'에 있어 가장 앞선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생산 현장의 자동화는 많은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 제조업체들은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 등에 사무 환경까지 제대로 디지털화한 곳은 많지 않다. 그러나 센트랄은 사무 환경에서도 발빠르게 디지털에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임직원 간 소통 채널을 디지털화했다는 점이다. 강 사장은 '경영편지'를 통해 매주 전 세계의 직원들에게 경영 관련 정보와 일상을 공유하고, 경영진들은 매월 온·오프라인 타운홀 미팅인 'CTR 라이브'로 실적을 공유하고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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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랄 사내 칭찬 플랫폼 '고마워 고래야' 화면/사진제공=센트랄
지난해 도입한 '고마워 고래야' 시스템도 디지털을 통한 소통 방법이다. 임직원들이 서로 칭찬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칭찬을 하거나 받으면 포인트가 쌓인다. 약 1여 년의 운영 기간 동안 10만 건 이상의 칭찬이 쌓였다. 강 사장은 "업무를 하다 보면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이 안되는 일들이 많고 이로 인해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고마워 고래야를 통해 서로 이해를 하게 되면서 그런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센트랄은 디지털에 맞는 보다 유연한 조직 문화를 위해 사내 호칭도 바꿨다. 4년 전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 대신 'OO님'으로 통일해 서로를 부른다. 직급과 위계로 인한 경직성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국내 일부 대기업, IT 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OO님' 호칭을 시행하고 있지만 전통 제조업 현장에서는 쉽지 않은 변화였다.

강 사장은 "화상회의를 4~5년 전부터 활성화하고 있고 메일 확인도 모바일로 하면서 사무실에 종이가 대부분 사라졌다"며 "유연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제조업임에도 작업복을 없애고 근무복장을 자율화 했다"고 말했다. 또 "절대평가 도입, 휴가 신청 본인 결재를 비롯해 개인형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증빙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등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 성공의 열쇠…리더,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현재 센트랄은 새로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협업 도구 '스윗'(Swit) 도입이 진행 중이다. 스윗은 채팅, 게시판, 파일 공유, 일정 관리 등 협업을 위한 핵심 기능을 총망라한 디지털 솔루션이다. 중복 지시, 업무 재확인 등 그동안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잡아먹었던 '가짜일'을 없애는데 도움을 준다.

센트랄은 국내 제조업 상황에 맞게 스윗을 맞춤형으로 최적화하는 작업(커스터마이징)을 하고 있다. 해외를 포함한 700여 명 사무직 직원 중 100여 명이 실제 사용해 보며 테스트 중이다.

장병현 센트랄 미래기획팀 과장은 "스윗을 통해 직원 한 사람이 하루 업무 중 클릭 한 번이라도 덜하게 만들자라는 각오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디지털에 익숙해지는데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단계를 잘 넘어가면 생산성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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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랄 직원이 협업 도구 '스윗'을 사용하고 있다./사진제공=센트랄
센트랄이 스윗 도입에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리더들에 대한 교육이다. 리더부터 디지털화해야만 전사적으로 디지털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 과장은 "현재까지 개발 단계에서 보면 업무가 효율적으로 바뀔수록 리더들의 일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과거에는 부서장이 사무실을 오가며 직원이 눈에 띄면 그때그때 떠오르는 일을 즉흥적으로 지시했지만 협업 도구를 사용하면 한 화면에 리더가 판단하고 결재해야 할 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이를 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트랄에서 일 잘하는 방법인 '센트랄웨이'는 도전, 협력, 책임감, 존중이라는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행동양식을 정의해 놓은 것이다. '센트랄 구성원은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도전합니다', '센트랄 구성원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합니다'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유연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내용들이다.

'일을 시작할 때는 목적, 기간, 예상 결과, 공유 대상자를 생각한다', '내 업무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일부터 처리하자', '의사소통은 수평적, 의사결정은 수직적' 같은 내용은 스윗과 같은 협업 도구가 지향하는 업무 처리 방식과 일치한다. 강 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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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랄웨이 실전편/사진제공=센트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