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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정권 관계없이 추진해야"

[2017 키플랫폼]<인터뷰>정용헌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

배영윤 | 2017.05.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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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헌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에서 '에너지 시장·산업 변동 추이와 기후변화 영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소득이 높아지면 환경이 오염될까?"

'환경 쿠즈네츠 곡선'(Environmental Kuznets Curve)을 보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U자를 거꾸로 엎어놓은 형태의 곡선으로 경제 발전 초창기에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환경오염이 심해지지만 소득이 어느 수준에 도달한 후엔 소득이 높아질수록 환경의 질이 개선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먹고살 만하면 환경에 신경 쓴다는 거다.

기술 발전과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반대급부가 생겼다. 환경오염·기후변화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야기했다. 세계 각국은 교토의정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협의체를 구성하고 천연가스·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에너지 개발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에 나섰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대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국의 화석연료 에너지 분야 개발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약에도 소극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에서 연사로 참석한 정용헌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를 만나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에너지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키(Key)를 쥐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인도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은 실질적으로 국제 협약을 이끌어가는 위치다. 유럽은 기후변화에 대한 철학과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과 인도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나라로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리협약에는 현재 징벌적 강제조약이 없어 실효성 문제가 있지만 모든 국가가 원칙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이 탈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를 무역 제재 수단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협상이 길어질 수 있고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트럼프정부가 당장은 장애물이 될 수 있겠지만 기후변화는 오랜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나.
▶미래에너지에 대한 고민은 1970년대 초반 '1차 석유 위기' 이후부터 시작됐다. 신재생에너지, 원자력에너지, 에너지 효율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40여 년이 지난 최근에 들어서야 연구 결과가 가시화됐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비가 감소하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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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헌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에서 '에너지 시장·산업 변동 추이와 기후변화 영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위치는.
▶기술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산업 수준은 낮은 편이다. 기술과 산업간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기술을 보급하는 환경여건이 좋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태양광·풍력발전소 설치를 위해서는 일조량이나 풍속·풍향 등의 환경적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부지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 내수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커져야 그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에너지 정책은 '백년지대계'다. 에너지 정책은 기초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한 번 정책을 세우면 계속 추진해 나가고 평가하고 재정립하는 선순환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꾸면 낭비되는 자원이 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금융·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낭비가 누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을 세우고 정권에 관계없이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원자력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치중립적 시각에서 에너지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또한 에너지 관련 시설 대부분은 혐오시설로 여겨져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는다. 이러한 부분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과제는.
▶기술 개발이 필수다. 에너지산업이 활성화되도록 투자도 확대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최소 20~30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전문가 양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에너지 통계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통계는 미비한 수준이다. 누가, 어느 산업체에서, 언제, 얼마나 쓰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실하다. 현재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 센서만 잘 활용해도 어느 가정에서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알 수 있다. 빅데이터, AI(인공지능) 활용도 용이해진다. 이를 통해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고 정확한 수요 예측이 가능해진다. 에너지 정책 수립도 쉽고 투자 낭비도 막을 수 있어 에너지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