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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주도권은 스타트업에"

[2017 키플랫폼] [인터뷰]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창립자 겸 매니징디렉터

강기준 | 2017.05.0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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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하 드래이퍼 아테나 창립자 겸 매니징 디렉터. /사진=김창현 기자.

#여행을 떠나기 전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지에서는 우버를 불러 이동한다. 평소 출퇴근은 친환경 전기차인 테슬라를 이용한다. 고속도로를 달릴 땐 운전자 대신 차 스스로 주행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주차는 덤.

#150년 넘는 장수기업인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공장에서 전신시설이나 군수장비를 만들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했다. 이들은 스마트공장 분야 1~2위를 다투며 전세계 공장들에 각자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업들의 환경과 소비자의 삶 모두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었다.

지난달 27일~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의 강연자로 나선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창립자 겸 매니징디렉터는 "4차 산업혁명의 열쇠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인 그는 "우버, 에어비앤비, 테슬라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업체들이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 내고 이를 대기업들이 좇는 상황"이라며 "하드웨어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시대"라고 말했다. 다음은 하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4차 산업혁명에 스타트업들은 어떤 기회가 있는가.
▶스타트업은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이들이 글로벌 사이즈로 커졌다. 스타트업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통해 공유경제가 생겼고, 자율주행자동차와 전기차도 모두 스타트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테슬라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15년 만에 GM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이제는 테슬라를 BMW, 포드, 닛산 등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루시드모터스, 패러데이퓨처 등 새로운 전기차 스타트업도 생겼다. 이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에 서비스를 얹은 간단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최근 어떤 분야에 주목하고 있는가.
▶AI, 핀테크, 생명과학, 보안, 빅데이터 분야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시대로 넘어가면서 해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킹을 당하지 않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빅데이터를 분석한 예측 최적화 기술도 눈여겨 보고 있다. 이를 'e스포츠'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빅스비'와 같은 AI 관련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도 돕고 있다.

-스타트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제일 큰 문제는 정책적·법률적인 부분이다. 이들은 법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버도 한국에서 법 앞에 무너지고 유명무실해졌다. 드론은 비행규제 등으로 무궁무진한 아이템이 있음에도 활성화가 더디다. 현재 금융시장에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도 법적 규제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다. 이러한 정책적·법적 규제를 많이 풀어줘야 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벤처 기업도 규모가 커지면 결국 정치권에 로비를 할 수밖에 없는, 기존대로 답습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에 있어서 스타트업에 장점이 별로 없는 구조다. 대기업들이 한번에 돈을 주고 좋은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려는 문제가 있다. 이러면 스타트업은 지속경영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선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라이선스에 대한 이용료를 매달 내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대기업에서 경력을 10년 이상 쌓은 사람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늘어나야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기본기를 갖추고,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실패 확률이 줄기 때문이다. 또한 큰 시장을 노리고 창업해야 한다. 구멍가게를 차리든, 수백억짜리 회사를 차리든, 시작하면 적어도 10년은 매달려야 한다. 그래서 큰 시장을 보고 시작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