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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탈출 해법?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라"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정진우 김상희 | 2017.04.2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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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사진=홍봉진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저마다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내세워 민심 잡기에 나섰다. 특히 모든 후보가 다양한 경제 정책을 내놓으며 자신이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인만큼 유권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와 닿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됐든 다음 정권이 맞이할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외쳤다. 중국은 사드 도입 결정 후 경제 관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고, 디지털 경제로 진입하면서 산업구조의 변화도 시작됐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이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본시장부터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19일 안 원장을 만나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 차기 정부가 '이것만은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것이 있다면.
▶ 차기 정부는 저성장 탈출을 위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모두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경제가 커졌다. 실제 유럽에서 1990년대 이후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유럽 자본시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정체됐던 성장률이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에 빠졌는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에서 자본시장 쪽으로 축을 옮겨야 한다.

- 자본시장의 장점은 무엇인가.
▶ 금융시장에선 죽어가는 쪽으로 절대 돈이 흐르지 않는다. 이건 자본시장이 맡아야 한다. 자본시장이 기업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역할을 해 줘야 한다. 특히 요람보다 무덤 쪽에 더 가깝다. 기업이 죽는다면 잘 죽게 '웰 다잉(Well-Dying)'을 시켜줘야 한다. 기업이 망했다고 해서 하나도 건질게 없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또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한국에서 자본시장이 잘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보금이 많다. 그런데 안전한 것만 투자하다 보니 그 쪽으로만 돈이 넘친다. 결국 경제 성장은 누군가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해 줘야 하는데 사회 전체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졌다. 대학생들이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에 목을 매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안정 지향적이다. 이런 안정 지향적 사회는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창의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분야에 배치 돼야 한다.

- 자본시장을 키우려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정책자금을 많이 투입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정부가 특정산업을 키우는 이런 시대는 지났다. 그것을 민간에게 넘겨 주는 쪽으로 갔다. 물론 민간 쪽에서 넘겨받을 역량을 갖췄느냐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이 부분이 딜레마다. 그래서 반관반민과 같은 융합형 펀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계는 돈이 없고 대기업, 정부가 가지고 있다. 반관반민 펀드를 만들어 꼭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라도 우수한 인력을 영입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또 정부가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지만 참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대우조선과 같은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관료 말고는 해 본 전문가가 없다. 자본시장 전문가가 분명 시행착오를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러면서 지식과 노하우, 전문인력이 얻어진다.

- 반관반민 펀드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한데, 민간에서 관심을 가질까.
▶ 수익률만 눈에 보이면 민간이 움직인다. 다만 민간이 걱정하는 것은 관에서 내려오는 낙하산들이다. 낙하산이 전문가면 상관 없는데, 자리 하나 챙겨준다는 식으로 오면 문제다. 관은 완전히 손을 뗀다는 인식을 심어줘라. 감사 정도만 관이 하면 된다. 스포츠와 같다. 처음에는 굳이 한국 사람을 쓸 필요가 없다. 외국 전문가를 쓰고 거기서 배우는거다.

- 자본시장 활성화의 주체는 누가 맡아야하나.
▶ 결국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다. 금융위에 전권을 맡기고 공무원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공무원에게 무조건 책임을 묻는 분위기를 바꿔야한다. 그 당시 최선이라 판단한 것인데 사후적으로 보면 잘 못 된 것일 수 있다. 이런 책임에 대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잘못되면 무조건 책임자를 찾아서 희생양을 단죄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다. 혁신이라는게 나올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