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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MIT 수재들, 직장찾아 한국 안오고 중국간다"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김상희 정진우 | 2017.04.04 05:10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앞으로 한 달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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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사진)은 2002년 여성부 차관을 지낼 때 청사 내에 어린이집을 지으려 했지만 애를 먹었다. 관할 구청 직원이 각종 규제를 근거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당시 현 원장은 보육정책 일환으로 어린이집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주무부처 차관이 의욕을 갖고 추진한 정책임에도 규제의 벽에 막혔다.

현 원장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파면이란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가의 역량을 모아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엔 비효율적인 규제가 많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여성부 차관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 등 수십년 공직생활을 하며 국정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한 현 원장은 규제개혁을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지난 3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서 현 원장을 만나 차기 정부의 정책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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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차기 대통령이 취임 초 가장 신경쓸 게 무엇인가.
▶ 우리나라 경제 체계의 구조조정이다.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바꿔야한다. 그러지 못하면 다음 정부가 아니라 그 다음 정부도 힘들어진다. 경제 구조조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지식 산업의 규제 철폐다. 의료, 문화, 교육과 같은 산업의 규제와 칸막이를 없애야한다. 예를들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원에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때 어려움이 많다. 연봉 상한선과 같은 규제 때문이다. 예전에는 미국 하버드대를 비롯해 아이비리그 인재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왔지만, 지금은 중국으로 간다. 중국 대학들이 우리보다 2~3배 돈을 더 주기 때문이다.

- 대통령이 계속 규제개혁을 주문하고, 규제개혁위원회도 있는데 왜 규제개혁이 안될까.
▶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30년 전보다 현재 교통사고가 많이 줄어든 게 정뷰의 규제강화 때문인가? 아니다. 보험회사가 시장에서 움직였고, 신호 체계를 계속 최신 상황에 맞게 바꿨기 때문이다. 사적인 책임을 강화하고, 가장 밑바탕만 정부 규제로 풀어야한다. 시장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해답이 나온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선 슈퍼마켓에서 어린 아이가 물건을 떨어뜨리면 주인이 야단을 치고 엄마는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미국은 주인이 엄마한테 "우리가 부주의했다"며 선물을 준다. 만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 슈퍼마켓은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시장기능과 사적 책임이 작동한 것이다.

- 차기 정부도 규제 철폐를 내세울 것 같다.
▶ 정부가 가장 많이 범하는 잘못이 안전, 환경 같은 '좋은 규제'는 강화하고 '나쁜 규제'는 줄이는 것이다. 나쁜 규제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모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규제다. 결과적으로 어떤 규제가 남고 없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중요하다. 안전 규제도 필요하고, 환경 규제도 있어야한다. 아울러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규제도 필요한데, 규제를 만들어 시행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효과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 규제 시스템 중 바꿔야할 게 있다면.
▶ 반드시 고쳐야 할 게 국회의 규제 시스템이다. 국회에도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해서 의원들이 함부로 규제를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향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의원들은 받지 않는다. 의원입법은 예외다. 이러다보니 각 부처가 의원들에게 부탁해 규제를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 의원입법에도 규제영향평가가 들어가야 규제가 난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차기 정부에서 하지 말아야할 게 있다면.
▶ 정부조직을 건드리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물론 정부 조직개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러스 효과에 비해 마이너스 효과가 10배 클 것이다. 정부가 조직개편에 술렁이다보면 각 부처가 사무관부터 1급까지 '우리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만들려고 1년을 허비한다.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는 생산적인 얘기가 나올지 모르지만, 최종적인 안에는 결국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다. 당장은 100% 전임 정부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한다. 국무총리를 내정하고 청문회 거치고 국회 표결을 하고 각 부처 장관들도 선임해야하는데, 최소 1~2개월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얘기한다는 건 그 자체가 혼란을 가져온다.

-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 철학과 원칙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 시장 경제에 대한 투철한 철학이 있는 사람, 또 자기 나름의 주관이나 원칙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주관이나 철학, 원칙 등을 설파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