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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규제와 전쟁!" 외치는 순간 공무원은 일 안한다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한림대 교수)

정진우 김상희 | 2017.03.28 05:10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앞으로 한 달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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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정부의 심장이다. 정책 집행을 안하는 정부는 사망선고를 받는다. 그 정책은 국민이 원하는 정책, 국민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정부를 움직이는 대통령과 각 부처 관료들의 역할은 명확하다. 엉뚱한 정책에 혈세를 쏟아붓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줘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는 5월9일 뽑힐 새 대통령이 어떤 가치를 정책에 담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은 무엇을 가장 신경써야할까.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27일 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한림대 교수)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참여정부에서 마지막 정책실장을 역임한 그는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리더,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가 필요한 시기"라며 "국민 행복을 위해선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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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정진우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리더십'(Leadership)에서 '리드'(Lead)는 현재 위치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또 어디로 갈까에 대한 비전이나 방향성이 분명해야 제대로 된 리더십이 나온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종대왕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세종은 항상 신하들에게 "의논하자"고 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리더,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리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해야 정부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여야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가 서로 대립하고 싸우더라도 일자리 등 몇 개 영역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같이하자고 합의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너무 급하게 하지 말고 계속 대화하자는 것이다. 주요 현안에 대해 계속 토론하면서 합의하고 협약을 맺은 후 국민들 앞에서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

-관료들의 복지부동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집단이 일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고민해야 할 건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이 가진 잠재력과 열의 등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할 것인가'다. 지금 공무원들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보인다. 해방시켜야 한다. 스스로 신나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해 공무원들이 확신을 가져야 한다. 공무원들이 비전과 가치를 내면화하고 일을 잘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들이 미친듯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정책이 무엇일까.
▶창업하다 실패한 사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사람이 어떻게 100% 성공만 할 수 있겠나. 실패를 극복하는 가운데 창의성도 생기고 혁신도 일어난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는 외환위기(IMF) 등이 닥쳤을 때 급속히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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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정진우 기자

-규제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규제는 두 종류다.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제와 없어져야 할 규제다. 안전 등 모든 국민의 이권과 관계가 있으면 지켜야 할 규제, 특정 집단의 이권과 관련이 있으면 없애야 할 규제다. 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모든 규제와 전쟁을 벌이듯 규제를 나쁜 것으로 규정하면 규제를 컨트롤하는 공무원들이 안 움직인다. 나중에 본인들이 책임질 수도 있는데 자발적으로 움직이겠는가. 규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야 진정한 규제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국가 거버넌스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다.
▶거버넌스는 개방형으로 구축해야 한다.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국민 행복이 커진다. 정부 혼자 판단해선 안되고 국민들의 요구대로만 해서도 안된다. 2가지를 결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볼 때 최적의 정책을 만드는 방법이다.

-개방형 거버넌스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정부의 정책결정구조를 최대한 투명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연결되는 시대다. 예컨대 국민 100만명 정도가 상시적으로 접속해 각 정책 분야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시스템(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면 가능하다.

-어떤 유형의 정부조직이 효율적일까.
▶정책과 조직이 종횡으로 연결된 매트리스 조직이 효율적이다. 주요 정책을 모은 국정과제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국무회의와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은 국무회의를 하고, 목요일은 국정과제 회의를 하면 된다. 부처간 칸막이 탓에 수직으로 이뤄지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수평적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어떤 효과가 있나.
▶장관들끼리 소통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각 부처가 교류하고 정부 전체가 팀워크로 움직일 것이다.


◇'리마스터링'(Remastering)이란? ☞ 기존 아날로그로 기록된 원본을 디지털로 새롭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문화콘텐츠에서 시작됐다. 최근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경제의 가속화와 맞물려 기업이나 산업이 지니고 있던 기술·지식·자산을 디지털로 재구성해 산업인터넷시대에 맞추려는 노력을 일컫는 용어로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