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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노장 '에릭슨'의 혁신 비법? '라이벌과도 협업할 있는 배짱'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리더를 만나다]<인터뷰-14>패트릭 요한슨 에릭슨LG CEO 인터뷰

신아름 | 2016.05.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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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요한슨 에릭슨LG CEO/사진=이기범기자
1896년 한반도 최초의 통신장비와 전화기를 도입·전파한 기업, 1994년 블루투스를 최초 개발해 세계 표준을 만든 기업, 2016년 LTE보다 200배 빠른 5G의 무선 프로토타입 장비를 일반 앞에서 최초로 시연한 기업.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는140살 스웨덴 기업 '에릭슨'(Ericsson) 얘기다.

항상 젊은 140살 기업답게 현재 에릭슨은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은 '혁신'과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다. 통신서비스가 국가 인프라산업이라는 특성상 선진국 통신 기업들 대부분이 20세기 내내 내수에만 집중했다. 에릭슨은 내수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20세기 내내 해외시장을 샅샅이 훑었다. 그 결과 에릭슨은 다른 통신기업과는 달리 현지 기업과 협업하며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와와 현지화를 동시에 이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현지 토착화)을 성공시켜 왔고, 그 자체로 혁신이 되었다. 또한 이 성공은 세계로의 진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의 용기가 힘이 되었다.

지난달 28, 29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K.E.Y. PLATFORM 2016)에 특별 강연자로 나선 패트릭 요한슨 에릭슨LG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140년간 이어져 온 에릭슨과 에릭슨LG의 혁신 비결을 물었다. 에릭슨LG는 에릭슨과 LG전자가 공동 지분투자를 통해 지난 2010년 출범한 합작법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거대 글로벌 기업이지만 스타트업처럼 혁신을 거듭해왔다. 비결이 무엇인가.
▶'혁신 DNA의 내재화'에 답이 있다. 에릭슨은 스웨덴이라는 내수가 작은 나라에 기반을 두고 탄생했기에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게 일종의 숙명이었다. 문화와 언어가 각기 다른 해외 시장에 정착하려면 해당 지역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해야 했다. 이같은 경영방침은 지금도 이어져 에릭슨은 매년 모든 해외 사업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경영계획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혁신'하기 위한 에릭슨만의 비법 있다면.
▶공통의 강력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여기엔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포함된다. 산업 구조가 점점 세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나 혼자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는 없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립한 방향이 맞다면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혁신이 꼭 좋은 결과를 담보하진 않는다. 이런 위험성은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데.
▶혁신을 위한 투자는 '꾸준히 지속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이란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를 가져오라고 독촉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아울러 혹시 실수하더라도 이를 용인해주고 외려 용기를 복돋아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활발해지고 성과도 이뤄낼 수 있다.

-에릭슨이 이런 방식으로 혁신해 성과를 낸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든다면.
▶에릭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블루투스의 사례를 보자. 에릭슨은 자체 개발한 블루투스 기술을 업계에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보편화하는 데 성공했고 세계 표준까지 만들 수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발전하는 데 공헌을 했다. 혁신이란 그 성과 자체뿐 아니라 생태계라는 패러다임을 자극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때 더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혁신하기 원하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협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상대가 경쟁사일지라도 말이다. 에릭슨은 세계적으로 많은 경쟁사들과 협업해 만든 합작법인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것이 먼저다. 혁신은 제품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세스 자체가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내 협업, 나아가 기업 간 협업하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더 큰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